우리는 지금 농촌 공동체의 핵심인 이장 제도의 오랜 이력을 되짚어봐야 한다. 이장 제도는 1960년대 한국 전쟁 이후 농촌 지역의 자치와 농민 자치의 중요한 기구로 자리 잡았다. 당시 농촌의 효율적인 관리와 농업 생산성을 높이기 위해 지역 사회의 대표가 필요한 상황에서 이장 제도가 도입되었다. 이는 농촌 사회의 공동체성을 유지하고 협력할 수 있는 기반을 제공하며, 마을의 다양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필수적 장치로 작용했다. 하지만 시대가 흐르면서 제도는 그 원래 취지가 무색해지고, 그로 인해 공동체성이 크게 약화되었다.
이장 제도는 농촌의 전통적인 가치에 부합하는 측면이 있었지만, 이제는 부패와 독선의 온상으로 변질되고 있다. 일방적인 결정이나 특정 집단의 이해관계에 의해 마을 전체가 피해를 보는 경우가 빈번해졌다. 이러한 문제는 농촌 공동체의 결속력을 약화시키고, 주민 간의 신뢰를 떨어뜨려 민간의 노력을 통한 자립적인 농업 시스템 구축을 방해한다. 이장의 권한과 책임이 집중되면서 개인의 일탈 행위가 발생할 여지가 커지는데, 이는 결국 농촌 공동체 자체의 문제로 이어지고 있다.
한국 농업은 오랜 시간 보조금 정책에 의존해왔고, 이는 농민들에게 당장 필요한 지원을 제공하는 측면에서 긍정적인 효과를 발휘해왔다. 그러나 이러한 보조금은 장기적으로 농민들이 자립성을 키우려는 동기를 낮추는 경향이 있다. 우선, 보조금의 지속적인 수령이 농민들이 스스로의 생산성을 높이기 위한 동기를 약화시키고 있다. 농업의 생산성을 높이는 대신, 농민들은 안전망에 기대는 경향이 뚜렷해졌고 이는 소득 증가로 이어지지 않고 오히려 빈곤문제를 악화시키는 결과를 초래하고 있다.
보조금이 자립적인 농업 구조를 저해하는 이유 중 하나는 오랫동안 동결되어온 농산물 가격 문제다. 생산비를 보존하기 위한 농산물의 가격 정책은 육성하지 못하고, 그로 인해 농민들은 지속적으로 낮은 가격에 고통받고 있다. 농산물 가격은 해마다 수요와 공급에 따라 결정되지만, 이러한 기본적인 경제 원리에 따라 고정된 가격이 없어 농민들의 안정적 소득 확보는 요원한 일이 되었다. 게다가 이러한 농산물 가격 정책은 특히 보조금에 의존하는 농가들에게 더욱 고통스러운 상황을 초래하고 있다.
농촌 공동체의 붕괴는 단지 소통의 부족에서 비롯되는 것이 아니다. 이는 보조금 의존과 농산물 가격의 동결, 그리고 마을 이장 제도의 부작용이 결합하여 만들어진 복합적인 상황이다. 공동체성이 상실되면서 주민들은 서로의 문제에 무관심해지고, 이는 다시 농업 생산 과정 속에서의 협력을 저해하여 생산성 저하로 이어진다. 농가의 발전이 이루어지지 않은 상태에서, 농산물 가격은 더욱 하락하게 되고 이는 농민의 소득 악화로 직결된다.
마을 이장 제도가 이러한 악순환의 고리를 더욱 고착화시키고 있다. 이장 개개인의 독선적 결정은 공동체의 다양한 목소리를 억압하고, 다양한 조합의 긍정적인 자원 공유를 막고 있다. 이러한 현상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농촌 공동체를 활성화하고 직면한 문제를 진단한 뒤, 이장 제도를 포함한 다양한 구조적 개혁이 필수적이다.
이장 제도는 북한과의 전쟁 이후, 지역 주민들이 자발적으로 마을을 관리하고 공동체 의식을 고취하기 위해 등장하였다. 이 제도는 주민이 지역사회의 일상 운영을 담보하고 사회적 통합을 추구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과거 한국에서는 받드는 각 지역의 이치에 맞춘 다양한 공동체 관리 체계가 존재해, 이를 통해 지역 문제를 해결하고 공동체의 결속력을 다지는 관행이 정착되었다.
동일한 목적의 제도로는 일본의 '마을회'가 있다. 이는 지역 운영 및 주민 참여를 통해 사회적 문제를 해결하고 공동체의 연대를 지속하는 제도이다. 여타 국가에서도 공동체의 문제 해결을 위해 주민들이 주체적으로 나서는 유사한 사례가 보인다. 각국의 마을회, 지역 사무처 등의 제도적 기반은 한국의 이장 제도와 유사한 방식으로 지역 주민의 목소리를 수렴하고 관리할 수 있는 방향으로 발전하고 있다.
이장 제도가 농촌 사회에 미치는 영향은 다면적이다. 이는 주민들 간의 의사소통 채널을 제공하며, 문제 해결을 위한 조직적인 힘을 불러일으키는 장점이 있지만 동시에 부작용도 노정되고 있다. 마을의 주요 결정이 이장 개인의 의견으로 좌우되며 다양한 목소리가 반영되지 않는 경우가 발생하는 것은 큰 문제이다. 이는 결국 이장이 마을에 대한 권한을 남용하게 되며, 농촌 공동체의 신뢰를 해치는 결과를 초래한다.
이장의 독선적인 결정이 반복될 경우, 이는 공동체의 자율성과 의사 결정의 투명성을 해치게 된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이장 제도의 개혁이 필수적이며, 주민들이 더 많이 개입하고 통제할 수 있는 시스템으로 전환되어야 한다. 지역 주민들이 이장과 함께 상의하고 결정에 참여하는 구조로 변모해야만 농촌은 최소한의 공동체성을 유지할 수 있을 것이며, 그렇게 되지 않으면 매우 심각한 사회적 문제에 직면하게 될 것이다.
농촌 공동체 재건을 위해 첫번째로 농민 스스로의 자립성과 생산성을 높이는 지원 방안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 지속 가능한 자원 이용과 효과적인 농업 교육을 통해 지역 농민들의 역량을 강화해야 한다.
두번째, 농산물 가격 문제에 대한 해결이 시급하다. 정부는 생산비를 반영한 현실적인 가격 정책을 수립하고, 이를 통해 농민들이 안정적으로 소득을 확보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해야 한다. 또한, 가격 정책은 보조금 의존율을 낮추어 농민들의 자발적인 생산 시스템 구축을 유도해야 한다.
세번째로, 이장 제도 개혁이 필요하다. 공동체 내에서 관리 및 의사결정에서 주민의 참여를 보장하고, 이장에서 주민이 공동으로 선정하는 구조로 전환하는 것을 고려해야 한다. 자율적인 주민 조직 형태를 통해 마을 운영을 결정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함으로써, 농촌 공동체의 자율성과 신뢰를 다시 회복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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